시나리오 작법  (1강 / 쓴다는 것)

■ 각본의 중요성

그 동안 학생들과 영화 수업을 해오는 과정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시나리오 작업이었다.

촬영이나 편집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학생들 스스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시나리오만큼은 영화 작업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항상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영화의 성패 여부는 기성과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첫째도 시나리오, 둘째도 시나리오, 셋째도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할리우드나 국내 영화 감독들도 2, 3년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 가는 추세이다.

단편 영화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먼저, 뭔가를 찍어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자신이 그리려는 내용의 대본이 있다면, 허겁지겁 콘티(conti)를 짜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일단 촬영부터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누구나 다 겪어왔던 조급증에 불과하다. 물론 친구가 썼건 자신이 썼건, 완성된 대본 그 자체가 훌륭할 수도 있겠지만,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영화의 완성도 역시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누군가 '영화의 평가는 시나리오 단계가 아닌 관객 앞에서 상영되는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대본 없이 좋은 영화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배우나 연출의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관객에게 기본 점수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빈약한 대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무리 뛰어난 연출자와 인기 스타가 출연한다 해도 관객은 시나리오 내용 그 자체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지며 용서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얼마 전 학생들과 82년 개봉작 '리처드 기어' 주연의「사관과 신사」를 본 적이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 영화는 무려 19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작품성에 전혀 손색이 없는 수작이었다. 그런 반면 우리 영화 중엔 2, 3년만 지나도 촌스럽게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는 분명 제작비 문제
도 있겠지만,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감독은 작가에게 이끌려선 안 된다!
대본은 작가의 손끝에서 나왔지만 촬영의 총 지휘자는 감독이고 '영화는 감독 예술이다.'라는 말도 있다.
시나리오 학습 단계에서 왜 감독 분야를 끄집어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제 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나리오 작법부터 배워라. 그래야만 자신의 대본 또는 타 작가의 대본일 지라도, 문제점을 꼬집어내고, 원작의 재현 품이 아닌 감독의 작품, 진정한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
다.
기성 단편 영화나 청소년 단편 영화에서, 작가와 감독이 둘이 아닌 한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도, 시나리오를 모르고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대 동양화과를 지원하는 학생에게 서양의 석고 데생이 피할 수 없는 실기 과목이듯, 시나리오 작법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시나리오(각본)란 영화 작업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영화의 승패를 가늠하는 기본 뼈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이제 한 단락씩 짚어가며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 보도록 하자.

1.) 연극과 영화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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