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 수상자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과 문홍식의 단독 인터뷰

 

 

 

                                                                                                 일시: 2004년 5월 21일 / 장소: 칸 영화제 터키본부

 

 

   2003 칸 영화제 그랑프리, 남우주연상 수상작 <우작>의 “누리 빌게 제일란”과 수입 배급사 “문홍식”의 단독 인터뷰

 

칸 영화제 “터키 영화본부”에서 만난 "누리 빌게 제일란(터키발음_Nuri Bilge Ceylan)과 문홍식은 이미 의형제 관계이며 작년 칸의 분위기를 상기하는 대화에서부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제일란

Brother!...


홍식

A big tree in my heart, my big brother Ceylan...


제일란

동생 영화는 많이 봤나?

 

 

홍식

아뇨..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제 도착했거든요... 그보다 형님은 심사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제일란 감독은 2004 제57회 칸 영화제 “씨네파운데이션”부문 심사위원이었다.)


제일란

오늘 점심때까지 모든 심사를 끝냈어.

그 보다 한국에서 장편 두 편이 경쟁부문에 올랐더군, 축하해..


홍식

네! 그 분들은 한국에서도 꾀 주목받는 감독들이죠.


제일란

동생 <티켓버스> 진행은 잘 되가나?

“공리"(Gong-LI) 하고의 일 말야?


홍식

네!.. "공리"가 시나리오와 배역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번 칸에 온 “왕가위” 감독의 <2046> 촬영 때문에 많이 바빠 서로간의 깊이 있는 대화는 "칸" 이후에 이뤄질 것 같습니다. 

 

 

 

              문홍식 감독의 차기작 <티켓버스>에 출연할 "공리"(우측). 캐릭터와 일정등에 대해 논의하고있다.

 

 

제일란

난  아직 시나리오는 읽지 않았지만 <티켓버스>의 이미지보드를 보면 벌써 한 컷 한 컷 영화를 보는 듯 꾀 뛰어난 비주얼의 영상이 될 것 같고, 포스터 하나만 봐도 뭔가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는 영화 일것 같은 느낌이들어.. 미쟝센이 뛰어난 영화가 될 것 같아...

 

 

             

 

                                                                        (씨네마스코프 125분 / <티켓버스> 129씬 320컷 중에서)

 

홍식

하하.. 그렇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보드는 형님께 드리는 겁니다.

 

제일란

오! 고마워. 이 기획서도 하나의 예술작품이야.. 이 <티켓버스>타이틀도 붓으로 직접 썼다고 했지. 한글 <우작> 글씨도 그렇고? 참 멋있고 힘있는 필체야... 꼼꼼하게 준비가 잘 됐어.

 

홍식

하하... 글쎄요...

 

제일란

그럼 투자 진행은 어때?


홍식

한국에선 아직 투자 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3월부터 만나온 중국에서는 15~20%정도 투자할 의사를 밝혔고, 어제 만난 유럽  투자사는 투자 지분과 유럽 전 배급권에 관한 대화를 했고, 순 제작비의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구체적인 협상은 낼모레 다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제일란

잘 됐군..

동생은 나랑은 스타일이 달라. 상업적인 색깔을 놓치지 않으려 해.

난 가급적 적은 인원과 신인 배우나 내 주변 사람들을 영화에 출연 시키려 하지.

사람을 많이 데리고 작업 하는게 싫어.


홍식

상업 배우를 쓰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와 앞으로도 상업 배우를 쓸 생각은 없나요?


제일란

상업배우를 쓸 생각은 전혀 없어. 왜냐하면 상업배우를 쓰므로 인해 영화하는데 있어서 뭔가를 죽인다고 생각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새로움을 만들 수 없기도 하지. 그러나 신인은 쉽고, 맑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명 배우와 작업을하면 장점도 많겠지만 많은 부분을 배우에게 맞춰줘야 하거든, 밥 먹는 시간에서부터 이런 저런 모든 것을 말야.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 작업을 해보면 모두가 촬영을 우선적으로 협조하거든...


홍식

하지만 초기에 신인배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제일란

오히려 첫 번째 영화를 할 때는 내가 상업배우를 안 쓰므로 인해서 힘들었다기 보다 상업배우와 작업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내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쓰지 않았어. 그러나 지금은 상업배우를 만난다고 해도 두려움은 없을 것 같아.


홍식

형은 그 동안 모든 작품을 직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제작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런가요?


제일란

하하하.. 그래 이번엔 내가 출연까지 할 생각이야.

그 간 내 영화는 모두 내 얘기에서 발전했고, 이번에도 내 얘기에서 영화가 시작될 거야.


홍식

그럼 촬영은 누가 하나요?


제일란

아마 부분적으론 내가 또 카메라를 잡겠지만 다른 촬영감독에게 맡겨야지.


홍식

시나리오는 나왔나요?


제일란

아냐! 아직 구상중이야..


홍식

이번에도 기대 하겠습니다.

두서없는 말입니다만, 칸의 열기를 다시 느끼면서 작년 <우작>의 상영시기와 같기 때문에 작년의 느낌이 되살아 날 것 같은데... 어떠세요?

 

 

 

       2003년 제56회 칸 영화제 대상 수상 장면 (우측 Nuri Bilge Ceylan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2003년 제56회 칸 영화제 대상 수상 후 인터뷰 장면 (우측에서 두 번째가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제일란

그렇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빠.. 해야 할 일도 많고, 내 작품들을 팔기 위한 미팅도 많았어. 감독이 스스로 자기 영화를 파는 사람은 아마 유일하게 나 밖에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난 사업을 위해서도 알고 싶은 게 많거든...


홍식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만나게 된 게 아닐까요? 우리같이 영세한 회사에서 메이져 배급사와 거래를 했다면 아마 <우작>은 내가 수입하지 못 했을 겁니다...

절 믿고 모든 작품을 맡겨줘서 고맙습니다.


제일란

아냐! 오히려 나에게 믿음을 줘서 고맙지. 모두가 돈으로 영화를 저울질 했는데 동생은 달랐어. 하하하... 덕분에 우리의 형제애는 더 두터워 졌잖아. 난 동생을 믿어!....


홍식

고마워요 형!.. 언제나 내 가슴 속에 큰 나무 누리 빌게 제일란! 하하하...

현재 한국에 <우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고,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 관객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요?


제일란

모두가 각자 정서가 다르고, 느끼는 가슴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뭐라 할 얘기는 없어.

한국에서도 내 영화가 개봉하게 된 점 기쁘게 생각할 뿐이지. 하하하...


홍식

한국에서 예술영화를, 특히 수입 예술영화를 개봉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주변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죠.


제일란

동생은 영화계의 돈키호테다.. 잘 될 거야. 의지가 강한 사람이야!...


홍식

현재 많은 극장을 가지고 있는 배급사와 얘기 중인데 만약 그게 잘되면 좋겠지만, 혹시 어렵다면 서울 2개관 정도에서 상영을 할 계획이고, 이후 지방으로 순회 할 생각입니다.


제일란

그 방법도 좋을 것 같아.

힘든 일을 너무 어럽게 할 필요는 없어.

 

홍식

그리고 형님의 사진전에 대해서 주변사람들과 상의 했고, 사진을 본 사람들은 뛰어난 영상미에 다들 놀라워합니다. 또한 터키 대사관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였고 후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기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제가 제일란의 전 작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눈여겨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단순한 개봉으로 끝날 게 아니라 <우작>을 비롯한 형의 모든 작품을 소개하고 특히 “제일란”이라는 감독을 부각 시키는 것이 나의 큰 임무입니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한국초대 특별 사진전에 전시될 작품중에서. 2005년 11월 코엑스 전시 예정


제일란

동생의 그런 점이 날 감동 시키는 거야.

세계의 많은 배급자들과 거래를 했지만 다들 돈, 돈, 돈 타령이었어...


홍식

참 인사가 늦었지만, 부인 형수님께선 어떠신가요?

산달이 다가올 텐데?


제일란

지금 임신 8개월째라 몸이 무거워.


홍식

건강한 조카가 태어나길 빌겠습니다.


제일란

고마워!..


홍식

사딕은 얼마나 가까운 친굽니까?


제일란

사딕은 내 영화 작업의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야. 우린 특별히 사무실을 두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지.

 

홍식

사딕과 둘이서 영화사의 모든 살림을 같이 한다고 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요?


제일란

힘들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나 혼자 프로듀서 일에서부터 모든 걸 다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운 점은 없었어. 그러나 이제 일이 좀 커지고 해서 사무실도 차리고 직원도 뽑을 생각이야.


홍식

그 동안 그렇게 1인 체제로 작업을 해 왔다는 것이 참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제일란

다른 사람을 못 믿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데... 나는 조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고 사진 작가였기 때문에 카메라도 다룰 줄 알고.. 하지만 제작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영화를 제작 해줄 영화사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다 할 줄 아는 거였고, 내가 모든 걸 하게 됐어. 하하하...


홍식

그 동안 영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해 찍었나요?

점점 영화가 커져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회사 자본으로 찍었는지 아니면 투자를 받았는지?


제일란

여태까지 내 영화는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모두 내 사비를 털어 제작했지. 그러나 다행히  첫 작품 <카사바>에서부터 상을 타며 다른 나라에 배급도 할 수 있었고, 거기서 얻어진 돈으로 <5월의 구름>을 찍었고, 또 그 수익으로 <우작>을 찍었어.

모두 투자 없이 내 돈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지.. 그렇게 찍을 수 있어 다행이지 뭐!...

터키에서도 예술영화 시장은 힘들어.


홍식

어떻게 보면 단편<코자>에서부터 <카사바>, <클라우드 오브 메이>, <우작>까지 연관성 있는 작업 형태인데... 다음 작품도 <우작>의 연계선상에 있는 작품인지 아니면 별개의 작업이 될 것인지?

(세일란 감독의 모든 작품은 한국내 (주)문필름코리아가 수입한 상태이며 배급할 계획이다).


제일란

내가 여태까지 영화를 해오면서 느낄 수 있는 건, 내 이야기,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작품 마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다음 작품도 나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혹 소재가 틀릴지는 몰라도 분명 <우작>의 연계선상에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홍식

형수님, 부인이 <우작>에 출연했는데... 원래 배우였는지 아님 그냥 출연했는지?

(우작에서 이웃집 여자 “청소기를 고치려고 왔던 여자")

 

    (2003년 칸 레드카펫 행사 중인 "제일란"과 부인" 에브루 제일란" 그리고 <우작>에 출연한 배우들)

 

제일란

원래는 배우가 아니라 단편영화 감독이었어. 실은 다른 여배우를 쓰려고 연습까지 했었는데... 촬영도중 그 배우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내가 출연하게 된 것이지.


홍식

영화에서는 얼굴이 가까이 보이지 않아 관객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실물은 참 미인이시다. 여느 배우 못지않게 말입니다. 하하하...


제일란

좀 다른 얘긴데.. 한국엔 터키 영화가 <욜>이후 두 번째로 소개 될 영화라고 했지?

( “욜” 알마즈 귀니 감독 1982년 제35회 칸 그랑프리 수상작 )


홍식

그렇죠!


제일란

터키 영화가 국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칸이나 그 외 기타 영화제를 통해 우린 영화를 알릴 수밖에 없지. 나도 그래서 베를린과 칸을 통해 내 작품을 소개 하고 있으며 터키의 영화를 알리고 있는 셈이지.

아마 이런 경우는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

이번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국의 <올드보이>가 뭔가 하나 타긴 탈것 같다는 말들이 많아.


홍식

<올드보이>는 한국에서도 작품성과 상업적으로 두루 성공한 작품이었죠.

중복된 얘길 수도 있는데 형은 앞으로도 독자적인 독립영화 형태의 작업 방식을 고수하실 건가요?


제일란

아마 그럴 것 같아. 난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싫어. 20명만 넘어가도 짜증이 나. 난, 5명 정도로 일하는 게 가장 좋고, 나의 습관인진 모르겠는데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저예산 규모의 영화로 시나리오가 완성 되지.

 

홍식

<카사바>를 보면 굉장히 적은 스텝으로 일을 했는데, <우작>은 몇 명의 스텝으로 촬영을 했나요?


제일란

다섯 명의 스텝으로 완성했어.

 

 

홍식

참 대단합니다!

한국에서도 저예산 예술영화 감독들이 있지만 그 분들도 최소 스텝이 20명이 넘어가죠... 아무튼 <카사바>에서는 세 명의 스텝만으로 촬영하는 메이킹 화면을 봤는데 그 상황 속에서도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촬영장 분위기가 참 부럽고 대단하게만 느껴졌었죠.

더 중요한 것은 그 화면 속에서 섬세한 연출력까지 느껴진다는 것이죠.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끔 난 형의 메이킹 화면들을 보여줍니다. 그럼 모두가 하나 같이 놀랄 뿐 이었죠... 

35mm 필름 장편 영화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말입니다.


제일란

하하하... 요즘은 다들 편한 것만 찾아서 그래. 생각해 보면 옛날엔 카메라도 무거웠고 기능도 별로였지만 요즘은 카메라도 가볍고 기능도 훨씬 다양해졌어. 안 해봐서 그렇지 다 할 수 있다고 봐.


홍식

해외 인터뷰 기사를 보니 어느 영화제에서 탄 상금을 독립영화 학생 두 명에게 지원한 적이 있던데 참 반가운 기사였죠. 그래서 저도 형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사진전 판매 수익 전액을 한국의 독립영화 학생들을 위해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제일란

참 좋은 아이디어야.

모든 걸 동생에게 맡겼으니 영화나 사진전 모두 좋은 성과가 있길 빌겠어.

먼 타국에 나의 분신과 같이 느낄 수 있는 홍식... 파이팅!


홍식

아뇨! 아직은 그런 말을 듣기엔 부족함이 많아요.

개봉과 전시회 때 형을 한국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제일란

뜻은 고맙지만 아마 못갈 거야. 왜냐면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다닐 곳도 많고, 이런 저런 해야 할 일이 많아. 무엇보다 시나리오 작업 전이라 마음의 부담이 커.

 

홍식

저의 영화적 스승은 “장이모”와 “기타노 다케시” 입니다.

두 사람의 색깔은 많이 다르죠, 그러나 두 사람의 영화는 나에게 꾀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내가 결정적으로 영화를 꿈꿀 수 있는 채찍을 가한 사람들이죠.


제일란

나도 “장이모”의 작품을 좋아 했어, 그런데 요즘은 무협을 많이 해서 싫어.


홍식

글쎄 저도 그런 점에선 같은 생각입니다. <귀주 이야기>까지는 좋았는데.. 하지만 어찌 보면 연기자가 늘 새로운 모습을 꿈꾸듯이 감독도 새로운 영화 색깔을 그리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해외 기사를 보면 “체홉”이나 “타르코프스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영화적 큰 스승이 있다면 누구입니까?


제일란

“체홉” 같은 경우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 하는데... 삶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하는가 그런 것을 많이 가르쳐주고, 표면적으로 나의 영화 속에서도 디테일한 면을 지켜보면 체홉과 관련된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지.

그리고 "브레송", "도스토예프스키" 등을 예로 들 수 있지.


홍식

형! 얘길 하다보니 출출해 지는데 어디서 식사를 하시며 체홉 등에 관한 얘길 더 듣고 싶습니다.

 

제일란

그래 그럴까, 그럼 일어나지....

 

 

 

 

 

 

 인터뷰 정리 / 해외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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